‘앙∼돼요!’라는 유행어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우먼 김영희 씨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반성문을 올렸습니다. 몇 자 되지 않는 짧은 문장이었지만 “반성하겠다” “조심히 행동하겠다” 등 분위기만큼은 진지했습니다.
사과의 발단은 과거의 경험담이었습니다. 그는 지난주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고속버스 안에서 몰래 방뇨했던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은 김 씨를 비난했고 결국 김 씨는 “연예인으로서 반성한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습니다.
김 씨가 반성문을 작성하기 이틀 전에는 한 고교 수학교사의 반성문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이 교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려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3, 4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들이 발견되면서부터 누리꾼들의 심기가 불편해졌습니다. 그의 글 중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 교사는 “댓글 한마디도 신중히 생각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반성문을 써야 했습니다.
반성의 시대입니다. 유명인은 물론이고 기관, 단체, 누리꾼까지. 온라인에 올라오는 반성문 혹은 사과문은 일주일에 수십 건이 넘습니다. “일에 방해된다”며 어린이에게 욕설을 한 인테리어 담당자부터 남의 아이디를 도용했다 걸린 한 커뮤니티 회원, 고객 정보 유출 사건으로 죄송하다는 교육기관, 아이돌 가수들의 열애설을 응원한다며 글을 남긴 콘돔 제조 회사까지. 비교적 가벼운 내용도 있고 사회에 물의를 빚을 정도로 심각한 것들도 있습니다.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죄송하고, 사과를 구하는 대상이 과거에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등 특정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SNS 사용자나 누리꾼 등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과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향해 용서를 구해야 하니 반성과 사과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됐습니다. ‘잘 사과하는 법’ 같은 강연은 물론이고 반성에 대한 고찰을 담은 서적, 직원들끼리 서로 반성을 하며 소통하자는 기업문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반성과 사과에 대한 탐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돈 냄새’에 민감한 일부 사업자들은 반성문과 사과문을 대필해 주겠다며 누리꾼들에게 접근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반성문이 넘쳐날까요. 세상을 바르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지적에 스스로 짚어 보고 가겠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면’과 ‘자존심’을 지키기보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거죠. 특히 온라인으로 모두 연결돼 있는 ‘열린’ 시대에 사과는 “당신과 새 출발 하고 싶다”는 의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진짜로 반성문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반성문을 끝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가깝게는 총체적인 부실 사고인 ‘세월호 참사’부터 멀게는 일본군 위안부 사건까지 ‘주범’들은 오늘도 입을 닫고 있습니다. ‘반성의 역설’이란 책을 쓴 오카모토 시게키(岡本茂樹)는 “반성을 강요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들의 반성문은 한 번쯤 받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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