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개막한다. 북한이 응원단까지 보내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프로스포츠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데다 수영 박태환과 리듬체조 손연재 등 최고의 스타까지 출전하기에 대회 기간 내내 화제를 모을 것이다.
10월 4일 아시아경기가 폐막하고 2주 뒤 주경기장의 성화는 다시 타오른다.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밝히기 위해서다. 성화는 똑같겠지만 대회에 대한 관심도 그럴지는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 자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막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예산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 책정된 예산은 총 799억 원. 국고와 시비로 70%를 충당하고 나머지 250억 원 정도는 기업 후원금을 포함해 대회 조직위원회가 해결해야 한다. 조직위가 자체적으로 100억 원가량을 마련했지만 전체 예산의 약 19%인 150억 원이 부족하다는 게 김성일 조직위원장(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제대로 대회를 치르려면 1300억 원은 필요한데 2009년 대회 유치 당시 제안한 예산은 599억 원에 불과했다. 2002년 부산 아태장애인대회를 치렀던 비용에 물가인상률 정도를 감안해 급조한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정부를 설득해 870억 원으로 올렸지만 국회에서 다시 깎였다. 성화 봉송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아시아경기 예산은 5000억 원가량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기업에서 끌어들인 돈도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장애인아시아경기 참가 선수단 규모와 기간은 각각 아시아경기의 절반 수준. 어림잡아도 4분의 1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훨씬 열악하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경기 조직위는 일찌감치 항공사 및 자동차 업체와 후원 계약을 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다행히 대한항공이 후원을 해 줘 외국 손님들을 초대할 때 항공권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국내 이동은 렌터카를 쓰고 있다. 없는 살림에 예상치 못한 비용까지 나가고 있는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줄여, 잘라, 포기해.’ 요즘 그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놔도 돈이 없어 실행할 수 없어서다. 김 위원장은 “다행히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도와주겠다고 약속은 했다. 고맙지만 그 시기를 조금만 당겨 주면 좋겠다. 이에 앞서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대회는 단순한 마케팅 대상이나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개막 100일을 앞둔 이벤트의 하나로 인천 지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었다. 한 초등학생이 쓴 글은 이랬다.
“손가락이 없어도 배드민턴 칠 수 있어요.… 다리가 없어도 뛸 수 있어요. 발가락이 없어도 축구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응원이 없으면 운동할 수 없어요. 예쁜 눈으로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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