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베딩턴 제로 에너지 단지는 소모되는 에너지만큼 건물 전체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로 에너지 빌딩’이다. 햇빛을 잘 받기 위해 20도 기울어진 남향으로 지어졌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과 환기탑이 설치되어 있다. 이 단지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능동적으로 생산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한다.
▷우리나라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량이 전체의 20%다. 현 추세로는 곧 4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물은 최소 30년 이상 유지되므로 애당초 제로 에너지 빌딩을 지으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미국 영국 독일이 제로 에너지 빌딩 달성에 국가목표까지 정하고 금융지원 및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것도 미래 건축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2020년까지 유럽연합(EU)은 신축 건물, 미국은 연방정부 건물을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만드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빌딩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올해 3월 독일 순방 때다. 드레스덴에 위치한 첨단 세라믹 소재 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KTS 연구소를 찾았을 때 연구소 관계자로부터 제로 에너지 빌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고갈에 영향을 받지 않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상용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해 전력난이 그토록 심할 때도 청와대에 에어컨을 틀지 않았던 박 대통령인 만큼 에너지 절감은 물론이고 기술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니 귀에 쏙 들어왔으리라.
▷정작 국내 건축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제로 에너지 빌딩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공사비는 30% 이상 비싸지만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초기 건축비가 비싸더라도 몇 년이면 전기요금을 뽑고도 남는다. 반면 우리처럼 전기요금이 싼 나라에서는 굳이 제로 에너지 빌딩을 지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제로 에너지 빌딩을 상용화하기 위해 건축기준 완화 및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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