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지명한 이후 5번 정도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만났다. 국회, 집 앞, 집무실, 기자회견장, 새벽시장 등 장소가 바뀔 때마다 그의 메시지는 조금씩 진화했다. 경기 부양을 강조한 것은 한결같았지만 방법은 점차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최 부총리가 툭툭 던져 온 메시지 구슬을 꿰어 보면 5가지 재테크 수단이 뚜렷이 드러난다.
첫 번째 재테크는 ‘집을 사라’는 것이다. 취임 전 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LTV만 풀고 DTI는 현상 유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취임 첫날 기자회견장에서 “둘 다 개선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없앴다.
취임 둘째 날에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온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문제를 철회했다. 역대 어느 부총리도 이렇게 강력하게 부동산 부양책을 얘기한 적이 없다. 특히 이 부양책을 계기로 침체됐던 재건축 재개발 분야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주목하라.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공사 자체가 대규모여서 건설업체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데다 일자리가 많이 늘어 체감경기 회복 효과가 크다. 정부가 원하는 경기 부양 정책의 요건에 부합한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서는 ‘대출을 받을 때는 변동금리를 조건으로 하라’는 메시지도 읽힌다. 그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저의 생각이 이미 시장에 전달됐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주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 저금리 기조로 도와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상 금리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대출 받는 사람 처지에선 고정금리보다 시중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대출 받을 때는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을 따로 두지 말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을 고르는 게 낫다. 거치 기간을 두면 이자를 내는 기간만 늘어날 뿐이다.
아울러 “기업의 이익이 배당을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 가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발언도 있었다. 이를 재테크 관점에서 해석하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어떤 방식으로 배당을 유도할지는 미정이지만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상장기업은 2014년에 올린 이익의 배당 여부를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한다. 배당 받을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올해 말이 되기 전 배당할 주식을 사야 한다. 증권가에서 배당주로 통하는 250여 개 종목이 있는데 정부 정책을 보면 대형주의 배당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개인연금저축이 없는 사람은 내년 1월 이후 연금저축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연금저축은 작년까지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다가 올해부터 최대 48만 원까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중산층 이상 가입자의 세금 혜택이 줄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더 많이 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 이후 연금저축에 대해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방안’의 일환으로 세제 혜택을 늘릴 것이 확실시된다. 개인연금에는 금융사별로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이 가운데 연금저축보험이 많이 팔리는 편이다. 초기에 단기간 사업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많이 떼는 단점이 있지만 기본적인 위험에 대한 보장 기능이 있는 데다 장기 수익률은 안정적이다.
끝으로 요즘 원-달러 환율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원화를 달러로 바꿔 두면 돈이 되겠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외화예금통장을 하나 개설해 두고 장롱 속 달러를 예금에 넣어 두는 정도라면 괜찮다. 최 부총리도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편이다.
올해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가 진행한 자선경매행사인 ‘워런 버핏과의 점심’ 행사에서 점심 자리는 220만 달러(약 22억 원)에 낙찰됐다. 버핏은 식사 자리에서 세계 경기와 돈의 흐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돈이 흐르는 큰 물결 속에서 개인이 어느 지점에 낚싯대를 드리워야 하는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 부총리가 버핏보다 우위인 대목은 한국 경제 정책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본 것처럼 그의 정책이 재테크 분야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최 부총리와 점심을 할 때 물어볼 추가 질문은 2가지, ‘경제 정책의 결정권이 정말 당신에게 있는가, 얼마나 오래 부총리를 할 수 있겠는가’이다. 정책 결정권이 그에게 있고 대통령의 신임이 크다면 ‘최경환식 재테크’의 유효 기간은 2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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