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이화여대 찾는 유커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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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문인 미국 하버드대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캠퍼스로도 유명하다. 자녀를 동반한 한국의 열혈 학부모를 포함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의식’이 있다. 창립자 존 하버드 동상의 왼발을 만지며 기념사진을 찍는 일이다. 본인이나 후손이 하버드대에 입학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손길이 거쳐 갔는지 왼쪽 구두만 반질반질 윤이 난다.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와 체코 프라하의 카를 다리도 관광객을 매혹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분수의 도시로 알려진 로마에서도 트레비 분수는 가장 유명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진 그곳. 한 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오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낭만적 이야기 덕에 전 세계 동전들이 여기로 모여든다. 프라하의 명물 카를 다리엔 양쪽으로 15개씩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그중 한 곳에 유독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네포무크 상 아래 동판을 어루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서울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유커) 사이에는 이화여대가 순례코스다. 정문의 배꽃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유커들 사이에 퍼져 있다. 이화(梨花)의 중국어식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중국인의 발길을 끄는 모양이다. 덕분에 이화여대 앞 상권은 ‘제2의 명동’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학생들 사진을 몰래찍어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블로거에, 무단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에, 열람실 유리벽 너머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유커도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430만 명에 이어 올해 5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중국은 2016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기로 했다. 유커들이 몰려오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왕 찾아온 김에 결혼 복, 돈 복만 따지지 말고 한국 여성교육 요람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면 좋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중국인 관광객#이화여대#교육#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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