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의 오늘과 내일]이재용 정의선 이해진과 애국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권순활 논설위원
권순활 논설위원
삼성 창업자 이병철은 임원회의에서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삼성이 중요한가, 국가가 중요한가? 국가가 더 중요하다. 나라가 튼튼하고 부흥하면 삼성 같은 회사는 망해도 또 생길 수 있지만 국가가 망하면 삼성은 영원히 없어진다.” 이병철은 자서전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도 “기업 없이는 나라도 없고 또한 나라 없이는 기업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신화의 한 주역인 박태준의 좌우명은 제철보국(報國)과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였다. 현대 창업자 정주영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열정을 바쳤다. 최진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개발연대 기업인들 사이에 애국심이 이기심을 압도하는 현상은 유럽 시민사회 형성 과정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썼다. 1세대 기업인들도 흠이 있지만 돈 벌기 못지않게 나라를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은 감동적이다.

‘산업화 영웅’들의 창업기와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LG 구본무 회장 등의 수성기에 이어 미래의 경제계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는 40대 중후반이 많다. 한국의 1, 2위 그룹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46세,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44세다. 정보기술(IT) 바람을 타고 창업해 성공한 신흥 IT 부자는 더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48세,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47세, 김정주 NXC 대표와 이재웅 다음 전 대표가 46세다. 이들 40대 기업인의 가치관과 선택은 한국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친의 투병으로 두 달 넘게 회장 직무를 대행하는 이재용이나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정의선 같은 승계형 차세대 리더들의 역량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기업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에 먹구름이 짙어진 현실은 시련이지만 어려움을 돌파하는 경험이 장기적으로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식민지, 전쟁, 절대빈곤의 시대를 모르고 성장해 나라에 대한 생각이 앞 세대들과는 다를 것이다. 이재용과 정의선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전해들은 몇몇 재벌가(家)에는 평범한 서민에도 못 미치는 국가관과 졸부 근성이 두드러진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 체제의 혜택을 받은 대기업 경영자들에게 선대(先代)의 긍정적 유산을 기억하라면 지나친 주문인가.

이해진 김범수 김택진 김정주 이재웅은 창업 후 짧은 기간에 엄청난 부(富)를 일궜다. 이들이 모바일메신저, 온라인게임, 포털 분야에서 외국 업체에 밀리지 않고 선전(善戰)한 것은 평가한다. 하지만 기업과 국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특히 포털은 빛보다 그늘이 너무 짙다.

‘이해진 네이버’와 ‘이재웅 다음’은 재벌의 횡포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탐욕적 사업 행태로 기업 생태계를 어지럽혔다. 특정 정파나 이념집단과 유착했고 때로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거짓 선동을 확산해 나라망신을 부추겼다. 포털 권력을 비호하는 얼치기 정치인과 지식인은 악취가 술술 풍겨도 띄우고, 포털 문제점을 비판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나 심재철 의원 같은 눈엣가시는 틈만 나면 흠집을 낸다. 네이버의 이해진과, 다음을 사실상 인수합병하는 카카오의 김범수가 포털의 사업적 탐욕과 정치적 좌편향을 계속 방치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한국 안에서는 이리저리 갈려 지지고 볶더라도 해외에서는 같은 한국인일 뿐이다. 나라가 잘돼야 국민도 대접받는 현실을 나는 ‘여권(旅券)의 값’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경제가 글로벌화해도 우리 기업과 기업인의 뿌리인 대한민국의 성쇠(盛衰)는 중요하다. 이재용 정의선 이해진 김범수로 대표되는 차세대 기업 주자들의 애국심을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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