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당 지도부의 성격은 아주 섬세한 것 같다. 기자들과 동료 정치인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천장에는 10여 개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기자들이 따로 조명을 휴대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한 것이다. 24일 회의에서는 재·보궐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3번이나 외쳤다. 혹시 찍지 못한 사진기자들이 있을까봐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8일 김포 재·보궐선거 후보자 사무실에서 회의를 한 뒤 사진기자들에게 “앉아서 파이팅을 외치겠다”고 했다. 일어서면 후보자의 키가 작아 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24일 회의에서는 선거 후유증으로 당무 참여를 못하다 다시 국회에 온 서청원 최고위원을 환영하며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양당 지도부의 섬세함과 배려심의 이유가 ‘화면에 잘 나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만 보고 싶지는 않다. 화면 속 모습과 실제 의도가 같았으면 좋겠다.
특히 최근 부쩍 이미지에 신경 쓰기 시작한 여당에 관심이 간다. 김 대표는 당 대표 경선을 위한 후보 등록 다음 날인 3일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2500원짜리 ‘컵밥’을 먹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없는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취직도, 결혼도, 때가 있다. 때를 놓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취업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17년 전 기자는 외환위기 사태 직전에 가까스로 취직했다. 취업의 문이 곧바로 닫혔고, 바로 아래 학번 후배들과 졸업이 조금 늦은 동기들은 일자리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친구 한 명은 대기업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2년간 출근이 유예되었다. 그 기간 친구는 공공근로로 일당 2만 원을 벌며 기다렸었다. 그래도 다시 취직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여잡고 견뎌냈단다.
며칠 전 노량진 컵밥 골목을 다시 가보았다. 오전 7시가 채 안 된 시각, 젊은이들은 컵밥과 토스트,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한 뒤 학원으로 들어갔다.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 김연아가 통신 회사 광고에서 부르는 “그 정도면 잘 생겼다. 우리 모두 잘 생겼다”는 노래 가사처럼 사회에 진출할 충분한 조건을 갖춘 청춘들의 삶이 언제까지 유예돼야 하는 걸까.
정치엔 대체재(代替財)가 없다. 정치인들의 헛발질에 시민의 출근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어린 학생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었던 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떠돈 유병언 시체 사진에서 국민들은 경찰과 검찰의 아마추어리즘에 또다시 절망했다.
재·보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는 좋은 이미지로 비치길 원하면서 전국의 서민들을 다 ‘훑고’ 다니고 있다.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면 국민의 고단한 삶이 보였을 것이다. 좋은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은가. 사진이 그럴싸하게 나오길 원하는가. 방법은 간단하다. 이미지에 신경 쓰시는 것보다 실제 정치를 잘하시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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