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은 갑오개혁(甲午改革) 1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갑오개혁은 1894년 7월 27일 시작해 1896년 2월 11일까지 1년 7개월 동안 3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추진된 근대화 개혁이다. ‘실패한 개혁’이었지만 그 두 번째 회갑을 맞으면서, 특히 국가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오늘, 그 정신과 실패 원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개혁이 요구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아직도 근대화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근대 관료제의 원리인 합리성과 합법성이 아직도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계층제형 조직화나 직업공무원제 등 외형은 갖추었으나 정작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적 감정이나 이익을 초월해야 하는 ‘탈사인성(脫私人性) 원칙’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아직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가행정이 어려운 것이다. 또 공직자에 대한 국민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심각한 관료제의 경직성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화와 정보혁명, 탈근대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21세기에 맞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조직 간의 경계를 넘어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이른바 유연한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칸막이’ 행정의 폐단은 세월호 구조(救助) 및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두 가지 개혁은 언뜻 보면 상호모순 같지만 사실은 상호보완적이다. 근대 관료제의 제도화는 탈(脫)관료제 거버넌스의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근대 관료제를 완성시키면서 그것을 또한 유연하게 만드는 오늘의 국가개혁 과제는 갑오개혁 직전에 시도된 갑신정변처럼 폭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갑오개혁 때의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외세를 배척할 만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반드시 되새겨야 할 것이 있다. 19세기 말 갑오개혁이 국민적 합의를 획득하지 못하고 소수 개화파 엘리트들에 의해 주도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뼈아픈 역사적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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