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해 경기경찰청장이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부속실장의 휴대전화번호와 경찰 내부 경비전화번호를 기재한 청첩장을 돌려 물의를 빚었다. 세월호 참사의 실질적 배후인 유병언 씨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단순 변사자로 처리하는 바람에 경찰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런 짓을 했다. 부속실장을 집사처럼 부린 행위다.
최 청장 측은 정식 청첩장이 아니라 A4 용지에 인쇄한 결혼 안내문을 부속실에서 평소 인연이 있는 경찰간부 100여 명에게 팩스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관례라면 하루 빨리 근절해야 할 적폐(積弊)다. 안내문을 받은 경찰 간부들이 축의금을 부속실장 편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간부 아닌 직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경찰 조직의 특성상 안내문의 내용이 위아래로 순식간에 전파됐을 것이다. 최 청장은 대구경찰청장 등을 거쳐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어제 대구에서 열린 최 청장 아들의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2010년 유낙준 전 해병대 사령관의 비서실장은 사령관 딸의 결혼을 알리는 e메일에 은행 계좌번호를 적어 넣어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는 “결혼식 때 축의금 봉투가 한국에서는 뇌물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작년 초 동반성장위원회 직원은 대기업 관계자 200여 명에게 ‘동반성장지수 추진 안내’라는 공문을 e메일로 보내면서 고위간부 아들의 결혼 일시와 장소를 적어 넣어 문제가 됐다. 한국 사회의 ‘슈퍼 갑(甲)’인 공직자들이 관련 업계나 아랫사람에게 축의금을 강요하는 행태는 교묘하다 못해 치사하다.
이성한 경찰청장에게까지 유 씨 변사체 조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금형 부산경찰청장은 부산지역 불교단체로부터 의경 위문금 명목으로 현금 500만 원과 그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진상조사를 받았다. 이 청장에 이어 최 청장의 추문까지 터져 나오자 경찰에선 내부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떠돌아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고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이런 경찰을 국민이 과연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