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26일(현지 시간) 열린 아르헨티나 정부와 미국 채권단의 협상이 결렬됐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미 1차 부도를 낸 아르헨티나는 미국 채권단에 진 15억 달러(약 1조54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30일까지 갚거나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1982년과 2001년에 이어 13년 만에 다시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로 빠져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위기는 직접적으로는 미국 헤지펀드 채권단과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견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르헨티나의 뿌리 깊은 포퓰리즘과 반(反)시장 정서에 따른 취약한 경제구조와 맞물려 있다. 아르헨티나는 1930년대 초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의 부국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과도한 임금 인상, 주요 산업 국유화, 외국자본 추방 등 경제 활력을 추락시키는 인기 정책을 폈고 ‘공짜’ 단맛에 길든 국민은 걸핏하면 거리로 나가 더 많은 복지를 요구했다. 그 결과가 만성적 국가부도 위기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동렬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싱가포르와 홍콩은 진짜 용이 됐는데 한국은 대만과 함께 이무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10여 년 전 2만3000달러대였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최근 5만 달러를 넘어섰고 홍콩은 4만 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만3000달러대에서 2만4000달러대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규제로 경제활동의 자유가 위축되고 노동생산성이 떨어진 탓이 크다. 최근엔 기아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7%나 급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어닝 쇼크’가 잇따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과감한 재정 및 금융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밀어붙이면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포퓰리즘에 매달려서는 경제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먼저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방불케 하는 노동시장 개혁,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서비스 규제 개혁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