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어제도 밤늦게까지 세월호 특별법에 담을 내용을 놓고 지루한 협상을 벌였다. 국회가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을 넘기도록 특별법 제정을 못 하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특별법 통과 없이는 국회에서 그 어떠한 법도 우선할 수 없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말은 공감하기 어렵다. 특별법 내용이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산적한 법안들을 볼모로 삼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구태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언론이 자꾸 먹고사는 문제를 비교해 세월호 특별법 발목 잡기라고 쓰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인간의 도리를 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이 사람의 할 일이며 국회의원이 할 일”이라는 말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야당을 비판하면 ‘인간의 도리마저 저버린 부당한 비판’이라는 말로 들린다.
세월호 특별법도 헌법 질서와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2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검사 임명법은 특검 추천 기관을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로 한정하고 있다. 특검과 조사위의 협력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는 사법체계 존중이라는 원칙과 진상 규명이라는 목적에 충실하도록 논의하면 타결 못할 이유가 없다. 여야는 선동과 정략을 접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과 공직자에 대한 부정 청탁을 금지한 김영란법이나 규제개혁 관련법 등 경제·민생 법안 역시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다. 법안이 자신들의 요구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아예 국회를 올스톱시키겠다는 식의 볼모정치는 국회에서 추방해야 할 대표적 적폐이다.
본보가 실시한 국가대혁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대상’으로 꼽힌 집단이 정치인이었다. 응답자들은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무능하고, 일반인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며, 가장 신뢰하지 못할 집단이라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은 자신들만이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