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지도부, 선거 이겼다고 국회 이렇게 놔둘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이후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까지 겹치면서 지난 4개월 동안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가 재·보선의 후유증으로 인해 여전히 비정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는 4∼8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사실상 물 건너갔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등 증인을 채택하는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이달에 열릴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도 중단된 상태다. 여야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특별검사 도입으로 선회하기는 했으나 지금은 특검 추천권을 누구에게 부여하느냐를 놓고 입장이 엇갈려 있다.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과 관련해서는 기본 1년에 야당은 추가 1년을, 여당은 추가 6개월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계획대로라면 2016년 총선 때까지 활동하게 된다. 이때까지 진상조사위를 끌고 갈지 말지가 관건이다. 진상조사위 구성과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에서도 여야의 주장이 다르다.

세월호 사후 조치 문제는 선거 전에는 여야가 유·불리를 놓고 다투느라 합의를 못 보더니 선거가 끝난 뒤에는 무관심 속에 내팽개친 인상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정략을 배제하고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세월호 국정조사와 특별법 제정 합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월호 후속 대책으로 마련한 안전 관련 법안과 정부조직 개편안도 여야의 외면을 받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악덕 기업주 단죄를 위한 유병언방지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마련과 관피아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도 제자리걸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 참패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집안 사정을 핑계로 할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을 이겼다고 배짱을 부려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세월호 관련 사안을 비롯한 국정 과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구체적인 성과를 생산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국가 리더십이요,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이 여당에 압승을 안겨준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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