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소득자-대기업 증세로 시작한 ‘최경환 세법 개정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기획재정부가 어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뼈대로 하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퇴직소득세에 대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해 연봉 1억2000만 원이 넘는 민간 및 공공부문 고소득층 4만5000명의 세금 부담을 늘렸다. 논란이 컸던 기업 사내(社內) 유보금에 대한 과세 강행 방침과 함께 해외에 자회사를 둔 국내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공제 혜택 축소도 포함되어 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이 확정되어 시행에 들어가면 내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5680억 원의 세수(稅收)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9680억 원, 외국인 및 공익법인 등은 890억 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신에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의 부담은 4890억 원 줄어든다. 가계 소득을 늘리기 위한 근로소득 증대 세제(稅制), 배당소득 증대 세제, 기업소득 환류 세제(사내 유보금 과세) 등 이른바 ‘3대 패키지 세제’는 2015년부터 3년간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면서 재정 악화를 최소화하려면 세수 확충 노력은 불가피하다. 양극화 우려가 커진 현실에서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금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고소득층의 퇴직소득세만 늘리지 말고 ‘세금 먹는 하마’인 공무원연금도 손질하는 것이 균형 있는 정책이다.

올해 세법 개정안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중산층 증세와 종교인 소득 과세를 제외했다. 3선 현직 의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정치 논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지나치게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심리를 살리면서 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세금보다 투자에 쓰도록 하려면 과감한 규제 완화와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다음 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꼼꼼히 따져 보완할 내용은 보완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분법적인 계층 논리에서 벗어나 어떤 정책이 진정으로 민생과 경제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면서 개정 방안을 논의하기 바란다.
#기획재정부#고소득자#대기업#세법 개정안#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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