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중국 ‘마약과의 전쟁’과 한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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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18세기 초부터 중국에 아편을 밀수출했다. 처음엔 동인도회사를 앞세웠다가 나중엔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대대적 단속을 편 중국(청나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아편전쟁(1840∼1842)에서 패한 중국은 최초의 근대적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을 맺어 영국에 홍콩을 넘겨주고 5개 항구를 개방한다. 이후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과도 비슷한 조약을 맺으면서 중국은 서구 열강에 잠식된다.

▷아편전쟁은 중국인에게 지워버리고 싶은 치욕의 역사다. 이후 아편의 합법화로 수많은 중국인이 마약중독자로 전락했다. 공산화 직전인 1948년 중국의 마약중독자는 전체 인구의 15%(8000만 명)나 됐다. 공산당 집권 후 대대적인 단속으로 거의 사라졌던 마약 유통이 개혁·개방 이후 다시 늘어나면서 올해 4월 기준으로 마약중독자가 공식적으로 258만 명, 비공식 추정으로 1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까닭을 이해할 만하다.

▷중국은 아편의 경우 1kg 이상, 필로폰과 헤로인은 50g 이상만 제조 밀수 운반 판매해도 15년 이상의 징역형, 최고 사형에 처한다. 작년에만 16만8000여 명의 마약사범이 체포됐다. 외국인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일본인과 필리핀인 각 5명, 영국인과 파키스탄인 각 1명이 사형됐다. 한국인은 2001년 1명에 이어 그제 2명, 어제 1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현재 중국에는 한국인 마약사범 80여 명이 수감돼 있고 일부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들은 주로 북한에서 제조한 마약을 국내로 갖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체포됐다.

▷마약사범이라 해도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사형에 처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 영국의 총리, 필리핀의 대통령까지 나서 자국민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중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이 과도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와 더불어 환기시킬 필요도 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아편전쟁#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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