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자 야권 일각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외곽 세력도 아닌 새정치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 등 명색이 정치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여야 간 타협을 폄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금 이해가 안 간다”며 나선 것도 과거 시민운동가 시절을 보는 듯하다.
이번 합의는 세월호 문제로 꽉 막힌 정국을 풀고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한 것이다. 특별검사 추천권 문제에서는 야당이 양보해 여당의 주장대로 현행 상설특검법 절차에 따라 추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여당은 진상조사특위 구성에서 정치권과 유가족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포함시키는 쪽으로 야당의 주장을 수용했다.
합의를 비판하는 측은 진상조사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지만 애당초 무리한 요구였다. 국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을 놓고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다. 상설특검법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만든 것으로, 야당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이 법에 따라 추천되는 특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상설특검법 자체를 부정하는 모순이다.
정치에서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타협을 통해 차선책을 찾는 일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같은 특정 사고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이번처럼 배려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세월호 유족들도 이제 국회와 진상조사특위가 정상 가동할 수 있게 협조하면서 활동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 앞으로 여야는 국가 혁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 처리에서도 타협의 묘를 보여줘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제1 야당이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당내 강경파와 외부 시민사회 세력에 지나치게 휘둘려 왔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당” “민생보다 정치 투쟁에 골몰하는 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는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 이전 수준인 21%로 추락했다. 7·30 재·보선의 참패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바람에 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타협에 대한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보면 아직도 바뀔 기미가 없는 듯하다.
그동안 대여(對與) 공격수로 타협보다는 투쟁에 앞장섰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모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그가 이전 지도부처럼 또다시 당내 강경파에 끌려 다닐지, 아니면 그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줄지에 새정치연합의 운명이 달려 있다. 어느 국회의원은 “박 위원장마저 물러나면 당이 해체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려면 박 위원장이 지금부터라도 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