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직장 남성의 절반가량에게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가 있으며 하루 평균 70분 정도 대화를 나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는 배우자와의 대화(61분)보다 긴 시간이다. 오피스 와이프란 직장에서 아내만큼 친하게 지내는 여성 동료를 뜻한다.
대다수 남성 직장인이 오피스 와이프에 우호적이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다. 높은 분의 오피스 와이프다. 특히 사장의 오피스 와이프야말로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위협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주말까지 반납한 채 온갖 일, 때로는 사장의 사적인 일까지 도맡는다. 사장은 피곤으로 충혈된 그녀의 눈을 보며 감동을 느낀다. 집에서 아내에게 기대할 수 없었던 인정과 헌신을 회사의 다른 여성에게서 받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사장과 가장 친하다는 자부심이 그녀로 하여금 ‘본처 기질’을 발휘하게 한다. 사장의 최측근을 독점하겠다는 욕구로 공식 선상의 다른 이를 차례로 배제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어느 누구의 지시도 듣지 않게 된다. 사장만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움직인다.
회사의 전통과 질서가 위협 받는다. 그녀는 핵심 인력과도 마찰을 빚는다. 살갑게 대해 주지 않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해 여러 구실을 들어 무력화하려 든다. 그녀가 거의 모든 회사 사람들에게 ‘악녀’로 낙인찍히는 이유다.
물론 그녀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악’인지 여부는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녀 입장에선 온갖 노력 끝에 힘들게 차지한 ‘사장과 가까운 사이’를 독점적으로 지켜내고 싶은 것이다. 관계의 게임을 하고 있는 셈.
그러나 이 같은 그녀의 자기본위적 게임 규칙은 회사의 정상적 의사결정 체계를 무력화시키고, 때로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기본 게임 룰과도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그녀는 사장 앞에선 나약한 존재다. 눈물을 펑펑 쏟는다. “사람들이 저를 싫어해요.”
그녀가 사표라도 낼까 봐 사장이 전전긍긍하는 사이,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낀 직원들의 이탈이 늘어나며 조직의 사기가 저하된다. 결국 사장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걸핏하면 오피스 와이프를 바꿔가며 푹 빠지는 사장을 둔 회사들이 이런 갈등을 홍역처럼 겪는다.
그럼에도 해당 여성만의 잘못으로 간주하기에는 안타까운 점이 있다. 능력과 열정이 넘치는 여성을 발탁했다면 그녀가 관계 게임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며,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것 또한 그녀를 선택한 경영자의 책임이 아닐까.
더구나 사장의 그녀라고 해서 모두 원성을 듣는 건 아니다. 외줄타기를 잘 이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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