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富者 공산주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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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는 자본가들을 적으로 보고 가난한 사람 속을 파고들었다. 공산주의를 주창한 주역 가운데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급과 신분을 박찬 이들이 적지 않다. 카를 마르크스는 법률가 집안에서,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방직공장을 경영하는 프로테스탄트 기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부르주아로 유복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었지만 물질보다는 이념에 더 끌렸다. 러시아 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장학사까지 지낸 교육자의 아들이었다.

▷중국 공산당 군대인 홍군(紅軍)의 총사령관을 지낸 주더는 원래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이름을 날린 군인이자 부패 관료였다. 뇌물을 받고 아편에 탐닉하며 처첩들을 위해 궁궐 같은 집을 짓고 살았다. 돈과 여자, 지위, 명예 등 모든 것을 가졌지만 독서를 좋아했던 그는 책을 통해 중국의 후진성에 눈을 떴다. 결국 그는 처첩을 뒤로 한 채 아편을 끊고 혁명가의 길로 나섰다. 1930년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시련기였던 대장정 기간 중 그는 맨발로 다니면서 사병들과 똑같이 풀뿌리와 호박으로 배를 채웠다.

▷권력은 한여름 생선처럼 부패하기 쉽다. 크든 작든 완장을 차면 수많은 유혹에 직면한다. 눈 한 번 감으면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웬만큼 강직하지 않으면 부패의 고리에 편입되기 십상이고, 현실을 핑계로 이상을 저버리기 일쑤다. 평등을 부르짖던 공산국가의 지도자 중에서 권좌에 오른 뒤 특권과 사치, 향락에 젖어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데 몰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혁명의 아이러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걸려들었다. 저우융캉이 저지른 ‘심각한 기율 위반’은 뇌물 수수, 정변 기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기대어 이권을 챙긴 추종세력도 함께 몰락하고 있다. 건국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을 부패 혐의로 처벌한 전례가 없는 중국에서 시 주석이 ‘호랑이 사냥’에 나서면서 법치(法治)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모양이다. 부당하게 쌓은 재물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권력자들이 적지 않겠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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