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세이/이인숙]“대한민국 이병의 자랑스러운 엄마이고 싶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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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로 연결되어 한 생명으로 함께 호흡하며 10개월 배 속에 품어 낳아 뒤뚱뒤뚱 오리처럼 걷는 걸 보았습니다. 병아리처럼 예쁘게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손뼉 치며 웃었습니다. 중학생! 그 폭풍 같은 사춘기를 겪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만 해야 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견디며 아들은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군에 보낸 지 46일이 지났습니다.

‘신의 아들’이 아니었기에 “어차피 가야 된다면 빨리 다녀와야 한다”며 등 떠밀어 군에 보낸 힘없고 나약한 엄마는, 지금 매일 잠을 설치며 맘 졸이고 있습니다. 입영 전날 빡빡 깎은 머리를 한 채 잠 못 이루고 울고 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 또래 친구끼리 만나서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봅니다.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를 출산하러 갈 때 벗어 놓은 신발을 바라보며 ‘저 신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남자들은 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선택하라면 가지 않았을 아이들. 선택하라면 보내지 않았을 엄마들…. 지금 모두 다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기다려야 합니까? 제가 대신 군 복무를 할 테니 제발 우리 아이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떼를 쓰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내 나라 내 민족이기에, 국민의 의무이기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을 누가 헤아려 주는 겁니까? ‘우린 적이 아닌 전우’라는 생각을 교육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국방부 장관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50, 60대가 군에 갔을 때와 지금의 아이들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가정이라 할 것 없이 하나둘밖에 없는 아들이기에, 그렇게 고생하지 않고 자랐기에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군도 변화하고, 학교에서 많이 배우지 못한 애국심과 전우애를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인적 교육과 함께 말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소름 끼치도록 분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국방부 장관님! 이제 우리 모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복무 중에 있는 우리의 아들들을 사명감 있고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군인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특히 엄마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대한민국 군인들은 모두 우리의 아들들이고 우리의 미래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그리고 모든 대한민국 아들들아! 사랑한다.

주부·경기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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