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서 ‘퀀트’라고 불리며 고액 연봉을 받는 계량분석가들의 원조는 미국의 에드워드 소프이다. 수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1975년 펀드를 조성한 뒤 수학 방정식 등을 이용해 자금을 운용하면서 연평균 15%의 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수학 전공자들이 뉴욕 월가에 진출하면서 문과 출신들이 주도하던 세계 금융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수학의 응용 분야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 팀의 빌리 빈 단장이 각종 통계를 활용해 낮은 연봉의 선수들을 갖고도 ‘부자 구단’들을 상대로 높은 승률을 올린 것도 수학의 힘이 컸다. 영화 ‘머니 볼’이 그의 성공 스토리다. 경찰 수사에서 폐쇄회로(CC)TV에 담긴 흐릿한 영상을 토대로 범인을 찾아내는 것도 미분 기하학을 활용한 덕분이다. 수학이 크게 발달했던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헌에는 ‘수학은 모든 지식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적혀 있었다. 수학에 대한 3500년 전의 정의(定義)가 실감나는 오늘이다.
▷높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이 수학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은 세계 각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내 수학계의 수준이 아직 떨어지고, 수학 발전의 미래 지표인 수학의 대중화 면에서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4년마다 열리는 ‘수학의 올림픽’으로 13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계수학자대회를 현상 타개의 전환점으로 삼을 만하다.
▷10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의 수학자가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선 수학 천재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각종 강연을 통해 수학이 실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수학을 체계화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자신이 설립한 교육기관인 아카데미아의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글을 내걸었다. 플라톤이나 현대 수학자들이 일반인에게 강조하는 것은 수학 지식이 아닌 수학적 사고방식일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일들도 수학 마인드가 뿌리내리면 더 잘 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회가 그런 방향으로도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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