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북’ 아니면 뭐라고 표현할지 법원이 내놔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종북(從北)’ ‘주사파’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해 2심 법원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며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과 같은 판결이다. 변 대표의 말을 인용한 일부 언론사에도 배상판결이 내려졌다. 변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종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2008년 민주노동당이 분당될 때 조승수 전 위원 등 당내 평등파가 반대파인 자주파의 종북주의를 비판하면서부터다. 자주파니 평등파니 하는 것은 운동권의 민족해방(NL)계와 민중민주(PD)계가 스스로 붙인 말이고 자주파의 핵심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다. 2012년 통진당이 부정경선 문제로 분열할 때 이 대표는 이석기를 우두머리로 하는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의 편에 섰다.

법원은 ‘종북’을 북한 노동당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구체적 증거 없이 종북이라고 부르는 것이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북은 사전에 있던 말이 아니므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법을 따라야 한다. 종북은 북한 정권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흔히 쓰는 말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겠다고 했고, 북한 세습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정치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말로 ‘종북’이란 표현을 못 쓰게 하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다. 그 대신 무슨 표현을 써야 할지 법원이 제시할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에서 정부가 통진당에 대해 청구한 위헌정당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통진당 전체가 종북으로 규정돼 재판 중인데 이 대표를 종북이라고 했다고 불법이라는 것은 법감정에 어긋난다. 종북이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 명예훼손이 된다면 ‘친일’ ‘반민족’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로 다뤄야 하므로 형평에도 어긋난다. 대법원은 1, 2심 판결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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