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특별법 재협상 결의한 야당, 국민 우롱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세월호특별법의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7일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합의대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세월호특별법의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물 건너간 셈이다.

양당 합의는 두 협상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한 합리적 내용이었다. 두 번의 집권 경험에다 130석의 국회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파기한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의회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회 운영의 책임을 위임받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 간의 합의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멋대로 무효화한다면 새정치연합은 무엇 하러 원내대표를 두었는가.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법무장관과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전 의원 같은 사람들이 합의 파기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정 상임고문은 “박 원내대표는 불통의 박근혜 대통령을 닮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2007년 이후 두 번의 대선과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숙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당을 점점 다수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백낙청 함세웅 씨 등 이른바 야권 원로들과 소설가 공지영, 조국 서울대 교수 같은 명망가들은 외부에서 합의 파기를 압박했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석운 씨를 비롯해 2008년 광우병 사태 같은 민감한 정국 현안 때마다 단골 시위꾼으로 얼굴을 드러내던 사람들도 작정한 듯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주장만이 정의이고, 타협은 ‘야합’일 뿐이다. 이들에게 끌려간다면 대화와 타협이 본질인 정치는 존재할 곳이 없다.

7·30 재·보선에서 참패해 비상 체제로 굴러가는 정당이 여야 합의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아무리 반성과 혁신을 외친들 누가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은 박 원내대표를 도와주기는커녕 손바닥에 올려놓고 흔드는 강경파들은 도대체 어느 정당의 의원들인가. 박 원내대표도 그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도리어 굴복한 셈이 됐으니 자격 미달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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