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가족이 살고 있는 강원 홍천의 산골마을에는 73년 전통의 한 초등학교(동창초교)가 있다. 현재 전 학년 학생 수가 고작 11명에 불과한데, 그중에는 귀농·귀촌인의 자녀도 있다. 툭하면 폐교설이 불거져 나오기도 하지만 도시 학교에서 전학 온 아이와 학부모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두고 있는 30∼50대 학부모들 가운데는 전원생활을 갈망하지만 자녀교육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초등학생 때는 시골학교가 ‘천국(?)’인 것 같다.
“시골 초등학교는 일대일 대면학습이 가능한 데다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 도시 학교에 비해 교육의 질적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요. 또 학생 1인당 교육복지(예산)도 오히려 도시 학교보다 앞서고요. 무엇보다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의 감성교육, 인성교육은 최고의 축복이지요.”
한 시골학교 교장 선생님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시골에선 학교를 매개로 지역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에 텃세 문제도 한결 부드럽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때론 아이들끼리 다투기도 하지만 전 학년이 형제자매처럼 지내게 되니 부모들도 자연스레 서로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인 자녀가 중학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8년 강원 인제로 귀촌한 K 씨(52)의 경우 몇 년 후 외아들의 중학교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는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2011년 충남으로 이주한 L 씨(52)도 당시 아들(고2)과 딸(중2) 교육 문제 때문에 나 홀로 귀농을 감행해야 했다.
이처럼 자녀의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면 시골 학교와 시골 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 당장 중학교 때부터 학교성적에 신경 써야 하는 교과과정 때문에 부모나 아이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에 일부 가정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사실 농촌의 미래가 밝아지기 위해서라도 시골 학교는 부활해야 한다. 농촌은 갈수록 고령화와 공동화가 심각해지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귀농·귀촌인, 특히 활력과 추진력, 아이디어를 겸비한 ‘젊은’ 귀농·귀촌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한다는 게 농촌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농촌도 살리고, 학교도 살릴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2010년 가을 강원 산골로 들어온 필자와 아내 역시 아이들 교육 문제가 최대 고민거리였다. 당시에는 큰딸(고3)과 둘째 딸(중1) 모두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과 아이들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인터넷을 활용한 홈스쿨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이들의 대학 진학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 우리 부부가 홈스쿨링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은 지식보다는 아이들의 심성과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미 각종 정보와 지식의 창고인 인터넷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자연 또한 생생하게 살아있는 최고의 교과서이자 친구가 아닌가.
물론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어떤 방법이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가족이 처한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안을 선택했을 뿐이다. 이에 대한 후회는 없고 아이들도 잘 이해하고 따라주고 있다. 현재 큰딸은 사이버대학(영어학과)에 재학 중이며 둘째도 사이버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참된 교육이란 뭘까. 건강한 몸과 정신적 재능의 조화된 계발이 아닐까. 한마디로 말하면 지덕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자연 속에서의 교육만큼 이에 근접한 방법도 없는 것 같다.
또 자녀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가정이다. 가정 안에서 주어진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적당한 육체적 노동과 운동으로 쌓아가는 실생활 교육은 전원 속 가정이 얻을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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