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76>아내의 휴가 미스터리 세 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30, 40대 기혼 남성 일곱 명이 점심시간에 모여 입담을 겨뤘다. 주제는 휴가 고생담.

한데 이야기가 차츰 ‘아내 뒷담화’로 흐르더니, 휴가 때마다 나타나는 아내의 이해 못할 행동들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아졌다. 논의를 간추리니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 이른바 ‘아내와의 휴가 미스터리 세 가지’.

다만, 미스터리에 대한 해석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첫 번째 미스터리, 운전. 걸어서 10분 거리도 자동차를 몰고 나갈 정도로 운전을 좋아하면서 왜 휴가만 가면 남편한테 10시간 이상 운전을 떠맡기는 것인지. 매일 운전하는 아내가 주말에나 집 차를 타보는 남편에게 운전대를 맡기기도 한다.

다수 의견은 이렇다. “아내가 장거리 운전에는 미숙한 데다 휴가만큼은 남편이 가족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 아닐까.” 반박하는 소수 의견. “아내한테는 자동차도 액세서리다. 동네와 달리 고속도로나 휴가지에는 아는 이도 없을뿐더러 오래 하는 운전은 재미도 없는 것 아닌가.”

두 번째 미스터리, 남편 구박. 휴가지의 젊고 멋진 남성들을 구경하는 건 좋은데 왜 남편과 비교하면서 “당신은 그게 뭐냐”고 타박을 하는 것인지.

다수 의견. “남편이 나이 들면서 패션 감각도 떨어지고 자기관리를 못해 배불뚝이로 변해가는 게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소수 의견. “사실은 젊은 남성 옆의 매력적인 여성을 본 것이다. 대비되는 자신에게서 느끼는 속상함을 남편에게 분풀이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미스터리, 묘한 계산방식. 여러 가족이 함께 휴가를 가면, 왜 여자들끼리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면서도 서로를 위해선 돈을 안 내려고 애쓰는 것인지.

친구 가족을 집으로 불러 저녁을 함께 할 때는 다른 집보다 풍성하게 차리기 위해 돈과 노력,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말이다.

다수 의견. “모르겠다. 우리 형편이 제일 나은 것 같아서 지갑을 꺼냈더니 마누라가 얼마나 눈치를 주던지.” 소수 의견. “집에서 음식 대접을 하는 건 아내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일이지만 밖에서 남편이 밥값을 계산하는 건 다른 차원이기 때문 아닐까.”

일곱 남자는 각자 집에 가서 아내가 왜 그러는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비슷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하면.

운전: 남편이 좀 하면 안 돼?

남편 구박: 몰라서 물어?

묘한 계산방식: 어쨌든 우리가 내는 건 안 돼.

결국, ‘왜’에 대해서는 아내들의 깊은 속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 세계에서는 ‘그냥 그런 것’이어서 설명해줄 수 없는 것일까.

어쨌든 내년에도 휴가를 가야 할 것이다. 세 가지 미스터리를 리바이벌하면서.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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