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과 일본을 향해 여러 제안을 내놓았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전체를 꿰뚫는 키워드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과거로부터 누적되어온 잘못되고 왜곡된 것을 바로잡아 나가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환경 협력의 통로, 민생의 통로, 문화의 통로를 열자고 제의했다. 구체적인 협력사업들도 내놓았다. 큰길이 막혔으니 우회도로나 작은 통로를 뚫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고심이 담겨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맞아 대북 강경 태세로 돌아선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경색된 남북관계에는 변화가 없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의 책임이 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같은 대결 구도가 지속된다면 우리의 안보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좋을 것이 없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안만 해놓고 ‘북한이 안 받아들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이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도적 지원 제시를 비롯해 북의 수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원자력 안전, 재난구조, 기후변화 대응, 마약 문제 등에서 중국 등 이웃나라들과 함께 협력체제를 만들어가자고 제의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으로 만들어가자는 제안도 했다. 작년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강도 높게 일본을 비판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올해 경축사는 전반적으로 과거보다는 미래에 중점을 둔 편이다.
일본은 밉든 곱든 안보와 경제에서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다. 일본에 대해 경직된 태도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은 과거사나 영토 문제와 별개로 서로에게 필요하고 실천 가능한 협력 분야를 제시해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냈다. 기왕이면 좀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이루려면 일본도 과거사 문제에서 획기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서는 적폐를 바로잡는 대혁신을 통해 국가 재도약의 토대를 만들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며,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치권 등에 협조만 당부했지 구체적인 ‘액션 플랜(행동 계획)’이 없었다. 내치(內治)든 외교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실천 역량과 추진 의지가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