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공사장의 70m 洞空, 삼성물산·서울시 책임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지하철 9호선 공사장의 위쪽 지하공간에 초대형 동공(洞空)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석촌 지하차도 입구에 생긴 싱크홀(Sink Hole·땅속에 갑자기 생긴 구멍)의 원인을 찾던 서울시 조사단은 500m 떨어진 곳에서 이보다 더 큰 규모인 폭 5∼8m, 길이 70m의 대형 공간을 발견했다. 공간 위쪽은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여서 길이 갑자기 꺼지는 사고로 이어졌다면 대형 참사가 날 뻔했다.

조사단은 이 동공이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회사가 원통형 굴착기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다가 연약한 지반이 침하돼 거대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와 지하철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제출한 공사보고서를 보면 이들은 이미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지반을 보강하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조사단은 분석했다. 서울시는 공사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 부실과 비리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부실 공사를 했다면 건설회사와 함께 관리 감독을 하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서울시는 앞서 발생한 석촌 지하차도의 싱크홀도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와 롯데 측은 부분 개장을 앞둔 제2롯데월드의 주변 건물과 지하 상태를 보다 정밀히 조사해 투명한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연관이 없다면 안전과 직접 관계없는 저층부 상가들부터 개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깊이 100m의 싱크홀이 생겨 20여 채의 집이 빨려 들어갔고,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도 50m²의 싱크홀로 건물이 무너져 내린 사고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최근 4년 동안 13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하철 공사뿐만 아니라 도심 고층빌딩을 지으면 상하수도를 놓느라 땅을 깊이 파는 탓에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고 이로 인해 싱크홀 발생 확률을 높이는 일이 잦다. 관계당국은 지하철 공사를 비롯해 대형 공사 주변 땅 밑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싱크홀#석촌호수#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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