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광주비엔날레가 본행사 개막(9월 5일)을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비엔날레를 기념하는 특별전에 참여한 민중미술가 홍성담 씨의 걸개그림 ‘세월 오월’이 사단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기를 출산하는 그림으로 물의를 빚었던 그는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처럼 묘사한 내용을 담았다. 주최 측인 광주시가 수정을 요청하자 홍 씨는 박근혜 대통령 모습에 닭 그림을 덧붙이는 꼼수를 썼다. 결국 ‘전시 유보’가 결정됐지만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주최 측은 풍자를 넘은 정치 편향적 표현이 전시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 삼고 홍 씨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맞선다. 홍 씨에게 동조하는 일부 미술가들은 출품작을 철수했고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 이용우 비엔날레 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비엔날레 재단 측은 다음 달 16일 토론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확산 중이다. 독일 작가 케테 콜비츠의 판화 40여 점을 특별전에 빌려준 일본 사키마 미술관도 유감 서한을 보내는 등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주최 측은 홍 씨의 성향으로 보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내놓을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참여작가로 선정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 2014 광주비엔날레 예산은 국비 30억 원, 시비(市費) 15억 원을 포함해 87억 원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광주시가 지원하는 특별전에는 2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윤 시장이 홍 씨 작품의 전시를 유보한 것은 다음 행사 때 정부 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축제로서 전통을 쌓아온 이 행사가 외면 받지 않으려면 서둘러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차라리 홍 씨의 작품을 그대로 전시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