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성담 걸개그림이 찬물 끼얹은 광주비엔날레 20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2014 광주비엔날레가 본행사 개막(9월 5일)을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비엔날레를 기념하는 특별전에 참여한 민중미술가 홍성담 씨의 걸개그림 ‘세월 오월’이 사단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기를 출산하는 그림으로 물의를 빚었던 그는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처럼 묘사한 내용을 담았다. 주최 측인 광주시가 수정을 요청하자 홍 씨는 박근혜 대통령 모습에 닭 그림을 덧붙이는 꼼수를 썼다. 결국 ‘전시 유보’가 결정됐지만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주최 측은 풍자를 넘은 정치 편향적 표현이 전시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 삼고 홍 씨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맞선다. 홍 씨에게 동조하는 일부 미술가들은 출품작을 철수했고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 이용우 비엔날레 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비엔날레 재단 측은 다음 달 16일 토론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확산 중이다. 독일 작가 케테 콜비츠의 판화 40여 점을 특별전에 빌려준 일본 사키마 미술관도 유감 서한을 보내는 등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주최 측은 홍 씨의 성향으로 보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내놓을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참여작가로 선정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 2014 광주비엔날레 예산은 국비 30억 원, 시비(市費) 15억 원을 포함해 87억 원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광주시가 지원하는 특별전에는 2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윤 시장이 홍 씨 작품의 전시를 유보한 것은 다음 행사 때 정부 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축제로서 전통을 쌓아온 이 행사가 외면 받지 않으려면 서둘러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차라리 홍 씨의 작품을 그대로 전시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2014 광주비엔날레#홍성담#세월 오월#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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