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에게 맞아 죽은 ‘윤 일병 사건’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남경필 경기지사 아들의 후임병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욕설에 성추행까지 내용도 고약하다. 정치인으로서 사안의 심각성을 익히 아는 남 지사는 토요일인 16일 밤 페이스북에 사과문부터 올렸다.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났다. 사회지도층이라니? 스스로 권력자임을 내세우는 듯한 표현에 누리꾼들이 분노했다. 잘못을 깨달은 남 지사는 황급히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라고 수정해 올렸다. 그러고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일요일 새벽 더 겸손하게 바꾸었다. “군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로서 모든 것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그럼에도 밑에 달린 댓글은 차갑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들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남 지사는 군 내 가혹행위를 걱정하는 기고문을 일간지에 게재했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낸 것이 12일이고 아들의 폭행 사실을 이튿날 통보받았는데도 기고문을 철회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위선적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문제의 아들은 첫째이고, 기고문의 아들은 둘째라 괜찮을 것 같았다지만 남들이 알 턱이 있나.
▷연좌제 금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자식이 저지른 잘못엔 부모가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군부대에서의 자식 행동까지 부모가 통제할 순 없다. 그래도 권력자 아버지를 믿고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여론은 더 냉랭한 것 같다. 남 지사가 아들 문제로 사퇴하는 게 타당한가는 또 다른 이슈이지만 이번 사건은 군 폭력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는 된다. 남 지사 같은 고관대작의 아들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점 때문에 국민은 더 부아가 치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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