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어제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안을 타결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검추천권과 관련해 여야 추천위원 각 2명 가운데 여당 몫 2명은 야당과 유가족 동의하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상설특검법 규정을 우회해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야당과 유가족의 관여 범위를 사실상 과반수(4명)로 늘린 셈이다. 그러나 타결안에 대해 세월호 유족들이 반대하고 나서 향후 정국은 불투명하다.
세월호 특별법 대치과정은 의회민주주의와 다수결 원칙이 실종된 무책임한 정쟁의 연속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여야 합의안을 의원총회에서 뒤집은 것도 모자라 막판까지 “세월호 특별법 타결 없이는 다른 법안 처리는 없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특별법에 다른 모든 법안 처리를 연계시키는 ‘발목잡기’ 구태를 재연했다.
국정감사를 두 차례에 나눠 실시하는 법안과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에 대한 특례입학법안도 세월호 특별법의 볼모로 잡았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 청산을 위한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과 19건의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제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고도 표를 달라면 국민이 뭐라 하겠는가.
새정치연합이 비난을 무릅써가며 강경자세를 고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적의원수의 5분의 3(180석)에 못 미치는 한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불가능하게 만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이 있다. 몸싸움을 막자는 취지의 이 법이 불임국회 식물국회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발목 잡는 야당 이미지는 굳어지고 법 개정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출판기념회를 통로 삼아 3000여만 원의 입법로비 대가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뇌물모금회’로 변질될 수 있는 출판기념회의 제한 또는 투명화 개혁을 연초부터 앞다퉈 약속했던 여야는 정치자금법 개정에 손을 놓고 있다. 같은 당에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측의 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신계륜 김재윤 의원과 치과의사협회의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조 의원 등 10여 명, 새누리당에서 철도납품 비리와 관련한 조현룡 송광호 의원, 해운비리에 연루된 박상은 의원 등 20여 명의 여야 의원이 입법로비 혐의로 검찰수사 선상에 올랐다.
대한민국 국회는 뇌물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청부 입법부’라는 오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국회라는 악명을 벗기 위해 국회법 개정을 포함한 법적 제도적 개혁 논의도 당장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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