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마트, 극장, 숙박시설, 종교시설 등은 시설물 분류상 소규모 시설로 구분된다. 하지만 다중이용시설이란 특성 때문에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화재, 폭발, 붕괴 등 대형 재난의 발생 위험도 크고,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하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진다.
다중이용시설은 현재 중요한 도시 인프라 시설로 자리 잡았지만 시설을 짓기에만 급급했고, 유지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내팽개쳐 놓아 화재, 재난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화재사고이다. 용접과 같은 열을 수반하는 작업 중에 튄 불꽃이 인근의 가연물 등에 옮겨 붙으면서 생긴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 있었고 대피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게다가 용접과 페인팅을 포함한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도 소방당국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진행됐다. 사실 거의 모든 시설에서 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화기를 사용하거나 가연성 가스를 사용하는 공사는 규모가 아무리 작다 해도 관할 소방당국에 사전 계획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얻어야 한다. 허가가 나왔다고 해도 주변 상가 등의 영업이 종료된 시점에 작업을 하거나 건물 전체를 폐쇄해 만에 하나 이용객들에게 미칠 피해를 막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인테리어 공사면허를 회수하거나 건물주의 영업권을 제한하는 벌칙조항도 있다. 법규로 지정돼 있으니 소방당국이 철저하게 감독한다.
우리는 시설물에서 다중이용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대체로 민간사업자가 추진하기 때문에 당국의 지도가 미흡할 경우에는 안전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허가대행 위탁업무’이다. 소유자 또는 건물 관리자가 공사면허를 가진 업자에게 허가업무를 마음대로 위탁하도록 하는 것인데, 민관 결탁을 초래하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건물 소유자가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전문가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국가는 이들이 고용하는 안전전문가가 전문성을 가지도록 ‘자격화’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현장의 안전책임자가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자체의 관리하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다중이용시설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할 안전책임자는 방화관리자 정도다. 이마저도 다른 설비 등을 운영하는 시설관리자가 겸직하면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초고층 및 지하연계복합건축물의 재난관리법’에 따라 고용하는 총괄재난관리자도 다른 관리자가 겸직하거나 용역업체의 관리자가 대행토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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