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도는 落島”라며 예산 달라는 김우남 의원의 甲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은 기획재정부에 올해 6월 16일부터 8월 20일까지 모두 716건의 서면질문을 보냈다. 하루에 10여 건씩 질의서를 보낸 셈이다. 김 의원은 기재부의 차관과 경제예산심의관을 올해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두 차례 채택했다. 김 의원이 정부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이렇게 괴롭히고 몰아세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제주을(乙)이 지역구인 그는 ‘낙도(落島)’에 지원하는 운임과 수산직불금을 제주도에도 적용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구했다. 이 요구가 성사되면 매년 약 100억 원의 예산이 제주도에 더 지원될 것으로 추산된다. 담당 공무원이 이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자 ‘무더기 서면 질의’와 ‘국감 증인 채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특별법까지 마련해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조 원이 넘는 중국 기업의 투자에 대해 난개발을 이유로 보류시킬 정도로 제주도에는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잘나가는 제주도에 김 의원이 낙도 기준의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제17대 국회에 진출한 이래 농해수위에 계속 몸을 담았다. 3선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진 의원이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차관 등을 콕 집어 해당 상임위 국감에 증인으로 나오라고 하면 공무원들은 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료 국회의원들도 김 의원에 대해 “의원이 정부에 민원을 할 수 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지역구에서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방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은 전국을 바라보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김 의원은 농해수위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당면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세월호 참사 등의 해법을 모색하고 농어업과 농어촌의 회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기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들을 국감 증인으로 호출한 상임위원장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필요한 증인 채택과 증인 출석 요구를 둘러싼 소모적인 관행으로 ‘국정감사 무용론’이 팽배하다. 여야 의원들이 지역 민원을 위해 공무원을 국회로 불러 으름장을 놓는 것은 대표적인 ‘여의도 갑(甲)질’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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