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배경은 중국의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하이난 섬. 열대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수 나무와 청록색 바다의 수직, 수평 구도의 조화가 꿈꾸듯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서정적인 작품이 사진이란다. 정말일까? 현미경적 시각으로 살펴보았지만 영락없는 한 폭의 풍경화로만 보인다. 파스텔 톤의 색감, 스케치풍의 자유롭고 강렬한 붓질, 덧칠한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가.
송영숙 작가에게 그림 같은 사진의 비결을 묻자 이제는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SX-70으로 작업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현상 과정에서 신속하게 필름 유제를 문지르고 긁어내는 기법으로 회화적 효과를 냈다는 것.
재인화도, 복사도 할 수 없는 즉석카메라로 풍경을 찍고 현상 과정의 불과 몇 초 만에 손 그림을 그리는 작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즉석사진이 갖는 기록성에 회화적 감수성과 순간성을 결합해 세상에 단 한 장뿐인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다.
알랭 드 보통은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자연 속에서 경험한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시간의 점(a spot of time)’이라 불렀다면서 에세이 ‘여행의 기술’에서 그의 시를 소개했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땐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송영숙의 사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 속에서 경험한 ‘시간의 점’을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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