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우에 멈춰 선 고리원전 2호기, ‘후쿠시마 사고’ 잊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25일 부산 경남 일대에 시간당 130mm 안팎의 폭우가 내려 고리원전 2호기가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끌어들이는 건물이 침수되면서 취수 펌프가 작동을 멈추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시킨 것이다. 취수 건물은 원자로와는 다른 건물이지만 폭우에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니 불안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쓰나미로 전기가 끊기고, 지하실 비상발전기까지 침수돼 원자로 냉각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된 사고였다. 고리 2호기는 비상발전기가 아닌 취수 펌프가 멈춰 냉각수를 보낼 수가 없게 됐고 정전까지 발생했다. 한수원은 취수 펌프를 작동시키는 제어반의 위치가 너무 낮아 침수됐다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점검을 할 때 왜 제어반 위치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놓은 40여 개 안전 강화 조치 중 제어반의 위치 조정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짧은 시간 폭우에 부산 경남 지역의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원전 중지에다 지하철과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사망·실종자가 13명, 이재민이 200명에 이른다. 이렇게 피해가 커진 데는 6·25전쟁 이후 난개발이 진행된 부산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재난 대비, 당국의 무사안일도 큰 요인이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변화하면서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가 빈발하고 있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지역을 바꿔가며 매년 쏟아진다. 상시적 ‘물폭탄’에 대비해 재해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기상청의 예보능력도 키워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난 예보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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