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세 개의 타워가 배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높이 250m의 옥상엔 야외 풀이 있다. 짐작건대 지구상에서 이보다 인상적인 건물은 없을 듯싶다. 있다면 돛단배 모습의 ‘부르즈 알 아랍’(두바이) 정도. 그런데 두 건물은 상통한다. ‘기능’의 의미를 확장시킨 건축이란 점에서 그렇다. 실체는 ‘마케팅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 독특함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뭘까. ‘세상의 이목’이다. 그리고 그 건축마케팅은 성공했다. 지금 이 글도 증거 중 하나다.
부르즈 알 아랍의 건축주는 두바이의 지도자 라시드 알막툼(65·현 아랍에미리트 총리)이다. 그는 1994년에 36세 영국인 톰 라이트의 설계를 택했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건물’이어서다. 그의 꿈은 야무졌다. 두바이를 뉴욕 런던 파리처럼 지구촌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전략도 파격적이었다. 땅은 공짜로 내주고 세금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걸림돌이 있었다. 아무도 두바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건축이다. 판단은 옳았다. 부르즈 알 아랍이 서자 세상의 눈이 두바이로 집중됐다. 동시에 질문도 따랐다. 두바이가 어디냐는. 그때 에미레이트항공이 빛을 본다. 공짜 땅을 보러 두바이를 찾는 투자자의 발이 되어 준 것이다. 비행기 두 대의 에미레이트항공을 10여 년 만에 세계 유수 항공사로 키운 투자가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모래에서 실리콘으로’ 표현되는 두바이의 비전과 신화. 그건 이렇게 시작됐고 또 창조됐다.
마리나베이샌즈도 비슷하다. 건축주는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의 섈던 애덜슨 회장(81). ‘라스베이거스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재산 37조 원의 세계 10대 거부(7월 포브스 선정)에 들어간다. ‘전설’은 카지노 일색의 도박타운 라스베이거스를 컨벤션 시티로 탈바꿈시키면서 시작됐다. 그는 라이베이거스를 ‘죄악의 도시(Sin City)’에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세계 오락의 수도(The Capital City of Entertainment)’로 일신시킨 주인공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첫 비즈니스는 1979년에 시작한 컴덱스였다. 컴덱스는 1980, 90년대 컴퓨터 산업을 리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상품전시회. 그는 컴덱스 성공에 힘입어 1988년엔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다. 그게 샌즈(1988년)다. 그런데 이후 행보는 다른 카지노 사업가와 달랐다. 번 돈을 ‘샌즈 엑스포 앤드 컨벤션센터’ 설립(1989년)에 투자한 것이다. 싱가포르 마카오의 관광산업을 미래지향적으로 환골탈태시키며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복합리조트의 태동이다.
복합리조트란 카지노 호텔 컨벤션 쇼핑몰 테마파크 공연장 등 주요 관광시설을 한 장소에 모아놓은 콤플렉스를 뜻한다. 핵심은 두 개인데 ‘카지노’라는 효과적인 자본줄과 ‘컨벤션’이라는 강력한 방문객 유치수단이다. 그가 찾아낸 호텔과 컨벤션의 찰떡궁합은 대박을 터뜨렸다. 월∼목요일 객실은 컨벤션 참가자가, 주말은 관광객이 채워준다. 이 덕분에 객실은 늘 꽉꽉 차는데 마리나베이샌즈의 연간 객실 점유율은 99%나 된다.
그런 그가 세 번째 복합리조트 투자 장소로 서울을 지목했다. 투자액은 약 11조 원. 조감도엔 역시 특별한 건축물이 들어 있었다. 동그라미 안에 진주가 놓인 모습의 호텔(3개·총 8000실)이다. 내세울 만한 랜드마크가 없는 서울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복합리조트는 겉보다 속이 더 화려하다. 천문학적인 매출과 이익이다. 외래관광객이 가져다준다. 싱가포르를 보자. 개장 전 980만 명(2009년)이던 관광객이 지난해엔 1557만 명으로 급증했다. 다른 효과도 놀랍다. 직간접적으로 4만8000개의 새 직업을 창출하며 실업률을 3%에서 1.6%로 끌어내렸다. 연간 세수는 8000억 원이 넘고 구매지출은 4100억 원대다.
그런데 이 제안을 정부는 받아들이길 주저한다.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가 투자의 전제여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서비스 분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겠다면 더더욱 그렇다. 카지노를 보는 게 아니라 복합리조트를 봐야 한다.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그의 제안을 노리고 있다. 우리가 포기하면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간다. 이후는…? 글쎄, 끔찍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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