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늘 거기 있는 하늘, 그러나 늘 같지 않은 하늘. 오늘은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은회색, 막을 씌운 듯한 하늘에서 햇살이 뿌옇게 쏟아지고 있다. 시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눈길 한 번 끌지 못할 하늘이다. 글쎄,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조각칼을 대고 싶을 것도 같다. 저 덤덤한 질료일 뿐인 하늘의 막을 긋고 벗겨서 뭔가 근사한 형상을 탄생시킬 것도 같다. 시각예술가들은 다른 분야 예술가보다 덜 감상적이다. 그들은 저 스스로가 세계여서 창작 대상과 정을 교류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공격하고 굴복시키고 다스리는 것 같다. 우리네 마음 여린 시인만큼 날씨의 영향을 받지도 않으리라.
하늘은 늘 거기, 우리 머리 위에 있는데 ‘머얼리서’ 온단다. 화자는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 없이 살았나 보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초가을 하늘이 어찌나 파랗고 맑은지 화자는 눈을 떼지 못한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화자는 풍덩 뛰어든다. 아, ‘가슴으로, 가슴으로/스미어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처음에는 ‘여릿여릿 머얼리서’ 오던 하늘이 출렁출렁 푸른 호수로 눈에 가득 차고, 코로 허파로 스며들고, 입으로 목구멍으로 배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하늘을 마신다./자꾸 목말라 마신’단다. 그런 줄 모르고 살아왔지만 화자는 푸른 하늘이 고팠던 것이다. 향기롭지도 않고 메마른 도시 일상인의 갈증을 시원스레 풀어주는 청량한 하늘! 우리 가끔이라도 하늘을 보자. 사람들은 왜 하늘의 별을 보며 그리움을 느끼고, 죽으면 저 하늘로 돌아간다고 생각할까. 정말 우리는 우주 저편에서 온 것일까.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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