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이인호는 제2의 문창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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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 이사로 임명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노조와 야당 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조부의 친일행적 논란과 보수에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78세라는 연령까지 도마에 올렸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문창극 씨의 교회 강연을 보고 이 이사가 “감명 깊다”고 동조한 데 거부감을 갖는 듯하다. 그는 KBS 이사장으로 유력하다.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문학박사(역사학 전공)로 오랫동안 서울대 교수를 지낸 사학계 원로 학자다. 김영삼 정부에서 최초 여성대사로 주(駐)핀란드 대사를 지냈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를 주러시아 대사로 임명했다. 1988년부터 4년 동안 KBS 이사를 해 방송도 꿰뚫고 있다. 여성의 전화 이사, 참여연대와 역사문제연구소 자문위원 등 약자를 위한 사회활동 경력이 돋보인다. 지금 야당이 어려웠던 시절 이 이사는 그들 편이었다. 진보 보수를 넘나들며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던 그를 조상까지 들춰내며 쓰러뜨리려는 진영논리가 야멸치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 이사의 조부 이명세(1893∼1972)를 친일 인사로 낙인 찍었다. 좌파단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의 기술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지만 야당이 헌법에서도 금지된 연좌제(緣坐制)로 이 이사를 후려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씁쓸하다. 그를 주러시아 대사로 보낸 DJ가 저승에서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얘기할지 모르겠다.

▷이 이사의 외조부 이범세(1874∼1940)는 37세에 규장각 부제학으로 일제와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양평으로 잠적해 절개를 지켰다. 외증조부 이중하(1846∼1917)는 1885년과 1897년 간도 땅을 놓고 청국과 벌인 회담에서 조선의 영토를 지켜낸 사람이다. 야당은 이 부분은 외면한다. KBS 노조는 ‘제2의 문창극’이라며 이 이사의 역사관을 문제 삼고 있다. 문창극의 교회 강연을 입맛대로 왜곡 편집해 보도했던 KBS 구성원들은 그가 이사장으로 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운 모양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이인호#KBS 이사#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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