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크라우드소싱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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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전 현대홈쇼핑이 흥미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홈쇼핑은 보통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품이나 자신들이 스스로 기획한 물건을 파는데, 그 대신에 제품 아이디어를 고객들로부터 직접 모아 보자는 시도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봄 직한 “이런 제품이 나오면 정말 잘 팔릴 텐데…”라는 생각을 실천한 겁니다.

공모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두 달 동안 30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도착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 ‘접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반 접시에 반찬을 덜어 먹을 수 있는 작은 그릇을 3개 올려놓은 ‘곰발 접시’였습니다. 원래는 곰발 모양의 접시에 반찬 그릇을 올려놓는 형태였지만,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 접시에 홈을 파고 그 틈에 반찬 그릇을 넣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됐다”고 무릎을 쳤지만, 진짜 고민은 그때부터였습니다. 홈쇼핑에서 판매를 하려면 비슷한 제품을 묶는 ‘세트 상품’이어야 하는데, 이 접시와 어울릴 만한 아이디어가 없었던 겁니다. 제품 하나만 내놓아서는 실패할 것이 뻔했습니다. 이번엔 관계자들이 다른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한 요리사가 제안한 ‘기름 분리 접시’였습니다. 회오리 모양의 이 접시 바닥에는 오목한 틈이 있습니다. 부침개나 군만두처럼 기름진 음식을 담았을 때 기름이 덕지덕지 묻지 않고 오목한 틈으로 자연스레 모이도록 해 음식 맛을 유지해 준다는 아이디어였죠. ‘한국식 접시’라는 공통점 덕분에 두 제품은 세트 상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첫 판매방송은 지난달 27일 낮이었습니다. 준비된 수량 1200세트가 매진됐습니다. 업체 말로는 수수료 무료 방송 시간(중소기업 제품 판매 방송)에 상품이 매진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더군요. 앞으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방식은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이라고 불리는 상품개발 방식입니다. 크라우드소싱이란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을 합친 말입니다. 기업이 제품 개발에 전문가나 일반인을 참여시키는 방식을 말합니다. 미국 등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도됐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관련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공모전과는 달리 프로젝트의 수익을 아이디어 제공자와 공유하는 형식이어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 방식은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개방형 취재’를 표방한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이란 것도 있습니다. 이 같은 방식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크라우드소싱 방식이 만사형통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나 필요하죠. 바로 수많은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판단하는 ‘컨트롤 타워’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수집된 내용을 잘 선택하고 정리해야 비로소 빛이 난다는 건 이미 구글의 성공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현대홈쇼핑의 사례에는 제품을 선정하고 마케팅 방향을 연구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5개월이 다 돼 갑니다. 세월호 참사의 해결 방향을 두고, 이미 말깨나 한다 싶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회의원들까지 나섰는데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대중의 목소리를 모아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사람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국가의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한곳으로 이끌어줄 중심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소스’라도 무의미해지고 말 겁니다. ‘SNS 혁명’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의 대표주자 격인 ‘아랍의 봄’도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어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갔으니까요.

부디 추석이 되기 전에 유가족의 슬픔과 국민의 불신을 지워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떼길 바랍니다.

권기범 소비자경제부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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