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절차를 강행하면서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어제 “올해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 중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8곳이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며 이들 학교를 일반고 전환 대상에 올렸다.
교육부는 자사고 재평가와 지정 취소를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협의를 요청해 오면 즉시 반려하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청이 자사고를 폐지할 때에는 교육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어 그때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강력 반발하며 교육감 퇴진 운동에 들어갔다. 자사고 교장들은 단체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럼에도 조 교육감은 “불리하더라도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리면 된다”며 자사고 폐지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서울 교육은 혼란과 대립 속에 빠질 것이다.
이번 자사고 평가는 공정성을 결여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취임 이전에 실시된 평가의 결론을 뒤집기 위해 교육청의 재량 평가 비중을 늘리면서 2, 3차 평가를 추가로 실시했다. 이미 평가를 마친 자사고를 재평가해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기존 평가 기준에 맞춰 준비해온 자사고에 손해를 줄 수 있어 명백한 위법”이라고 해석했다.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학교 명단은 조 교육감의 발표 이전에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사전에 명단을 공개했다는 말도 나온다. 신입생 모집을 방해해 자사고를 고사시키는 압박 카드라는 의심이 든다.
자사고는 평준화 교육의 획일성을 극복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그토록 만사를 제쳐두고 밀어붙일 일인지 납득할 수 없다. 자사고가 없어진다고 일반고가 저절로 살아날 리 없다. 조 교육감은 그제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 계획으로 다양한 정책을 나열했으나 과거 대책을 재탕 삼탕한 것이 수두룩하다. 일부 자사고에 문제가 있다면 시간을 두고 개선 방법을 찾아야지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