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같은 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사태와 관련해 어제 “죄송하게 생각한다.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제 부결 직후에는 “국회의원들 각자가 판단한 문제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남 얘기하듯 하다가 국민들의 비난이 비등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2012년 7월 송 의원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당시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사실상 요구했다. 결국 이 원내대표는 5일 만에 복귀했지만 국회 연설을 통해 ‘체포동의안 72시간 후 자동 가결 처리’를 비롯해 기득권 정리를 다짐한 바 있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은 민주화 이후에는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이 ‘방탄 국회’ 뒤에 숨는 장치로 악용돼 왔다. 2년 전에는 신속한 특권 포기 움직임을 보였던 새누리당이 이번엔 어물쩍 넘기려고 하는 것은 대선을 앞뒀던 당시와 달리 앞으로 2년 동안 큰 선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이 ‘말로만 혁신’을 내세우는 버릇은 이제 고질병이 된 듯하다. 2012년 총선 대통령선거 때와 올해 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야당과 경쟁하듯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의 포기, 세비 삭감, 공천 개혁 등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없다. 올해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상설 인사검증기구 설치 등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김무성 대표와 당 지도부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혁신 작렬’이라고 쓰인 흰 티셔츠와 반바지,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니며 ‘보수 혁신’을 외쳤다. 김 대표는 스스로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관훈토론회에서 “보수 혁신이 성공한다면 새누리당의 재집권도 가능하다. 만약 실패하면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최된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도 그는 “낮술을 먹으면 제명하겠다”면서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혁신’이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민망해지는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불가능한 꿈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