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의 ‘문창극 편파보도’에 솜방망이 징계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6일 03시 00분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촉발한 KBS 1TV ‘뉴스9’ 보도가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제 전체회의에서 6월 11일 방송보도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공영방송의 중립성 훼손과 사회적 갈등, 문 후보자의 사퇴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편파보도 논란의 결말치곤 어이없는 결과다. 권고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받는 법정 제재와 달리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권고문을 주는 솜방망이 행정지도에 불과하다.

방통심의위는 KBS가 문 전 후보자의 교회 강연 중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 등의 발언을 발췌해 보도한 데 대해 “교회 강연 내용을 후보자의 역사관 검증의 판단근거로 제시하고, 일부 발언만을 편집 보도해 발언의 취지를 왜곡하는 등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 2항과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가 국가기간방송 KBS의 공정성 객관성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제재 수위를 크게 낮춘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오죽하면 게시판에 방통심의위 무용론을 주장한 글이 올라와 있겠는가.

지난달 말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가 KBS에 대해 법정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제시했는데도 전체회의에서 경징계로 결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 추천을 받은 위원의 격한 반발이 있었다지만 ‘심의공동체 인식’으로 적당히 타협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로 국기(國紀)를 흔드는 편파 왜곡보도가 계속될 경우 방통심의위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고 해서 KBS 보도의 편파성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수신료로 방송하는 KBS가 인격살인과 다름없는 보도를 통해 공영방송의 신뢰를 무너뜨린 데 대해 진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KBS는 세월호 보도의 외압(外壓) 논란을 둘러싸고도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노조 파업과 사장 해임 등 추한 민낯을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7월 취임한 조대현 사장과 어제 선출된 이인호 이사장은 KBS 공정성 회복과 방만 경영 개혁에 직(職)을 걸어야 할 것이다.
#문창극#KBS#뉴스9#경징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