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0년간 원전 핵심설비 엉터리 검사한 한수원 못 믿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6일 03시 00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전 4호기와 전남 영광군의 한빛 2호기를 안전 점검하면서 엉뚱한 곳을 검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설비인 원자로 용기의 용접 부위를 검사해야 하는데 다른 곳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점검이 30년 동안이나 계속됐는데도 한수원은 여태 모르다가 최근에야 발견됐다.

원자로 용기는 실제 원자핵 분열반응이 일어나는 원전 핵심설비다. 2000도가 넘는 열과 엄청난 방사능을 견뎌야 하므로 용접 부위가 잘못되면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원안위는 “두 곳 모두 원자로 용기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으나 불안감을 없애기에는 부족하다. 다른 원전의 설계도를 갖고 검사하는 바람에 정확한 부위를 몰랐다니 어이가 없다. 한수원에 과연 원전 운영의 자격이 있는지, 문제가 터질 때마다 “원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되뇌는 원안위는 믿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원전을 둘러싼 비리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신고리 1, 2,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곳의 원전에 시험 성적을 조작한 불량 부품이 사용된 것이 드러났다. 부품 시험기관은 납품업체와 짜고 성적을 위조했고, 한수원 직원들은 납품업체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 원자력이라는 특수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운 ‘원전 마피아’들이 한수원, 설계 및 부품감리 기관인 한국전력기술, 시험검증기관, 납품업체 등 곳곳에 포진해 불법 이득을 챙기고 안전을 소홀히 했다.

부산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과 강원 삼척시의 원전 건설을 놓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국가사업이라고 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일 수 없다. 기존 원전들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영돼야 주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경은 중국 어선을 단속하느라 5년간 280여 명이 부상당하거나 순직했지만 세월호 인명구조를 못했다는 이유로 해체 위기에 몰려 있다. 높은 연봉에 정년 보장까지 받으면서 사고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 한수원이야말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고리원전 4호기#한빛 2호기#안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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