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세계의 좌파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마르크시스트다. 자본주의와 유산계층에 적대감을 드러내고 민중을 치켜세웠지만 전혀 다른 얼굴도 있었다. “민중이 굶거나 말거나 내가 알게 뭐야. 어떻게든 성공해서 이름을 날려야 하는 거야. 내 연극을 보일 수 있는 극장을 가져야 한다니까.” 이런 말도 했다고 영국 저널리스트 폴 존슨은 저서 ‘지식인들’에 썼다.
▷2012년 당선된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를 공약했다. 집권 후 분배의 형평성을 높인다며 고소득층에 75%의 소득세를 물리는 슈퍼과세법을 밀어붙이다 위헌 판결을 받았다. 올랑드 쇼크로 경제가 얼어붙고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집권 사회당은 올 3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인 14%로 추락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 안팎에 불과하다.
▷프랑스 최초의 ‘동거녀 자격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다 올랑드의 바람기에 격분해 올해 초 갈라선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의 회고록이 화제다. 8년간 동거했던 그녀는 “좌파인 올랑드는 부자를 싫어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 빠진 사람들’이라고 희화화했다”고 폭로했다. 올랑드는 노동자 출신인 그녀의 부모에게도 “별로 좋은 분들은 아니네”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합성해 만든 ‘보보스’의 프랑스어 ‘보보’는 물질적 풍요와 문화적 풍요를 함께 누리려는 좌파 인사들을 가리킨다. 캐비아 좌파나 리무진 좌파, 우리 식으로 치면 강남좌파와 비슷한 개념이다. 올랑드나 브레히트처럼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좌파 정치인과 지식인은 한국에도 많다. 자신은 풍요를 만끽하고 자녀들을 학비가 많이 드는 외국어고교나 외국인학교, 미국 유학을 보내면서도 입만 열면 서민과 구조적 불평등을 말하고 ‘부자 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념과 생활이 따로 노는 위선적인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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