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영선 위원장, 당권에 눈멀면 파행국회 수습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비대위를 이끌 역량 있는 분을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외부 영입 인사와 함께 공동위원장 체제를 꾸릴 작정인 듯하다. 비대위원장이라는 권력을 내놓기는 아쉽고, 혼자 비대위원장 자리를 안고 있기에는 당내 반발 때문에 부담스러운 속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 위원장은 7·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퇴진한 뒤 비대위원장에 추대됐다. 그는 당내에 별다른 세력이 없어 ‘관리형 위원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강화특위의 사무부총장에 측근을 임명했다. 심판 역할을 해야 할 비대위원장이 선수로 뛰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당내에선 놀란 모양이다. 그가 여당과 타결지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당에서 두 번이나 거부한 것도,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단식에 나선 것도 ‘박영선 흔들기’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강경파는 위원장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내년 초에 선출될 예정인 차기 당 대표가 2016년 총선뿐 아니라 2017년 대선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권 경선에서는 최대 계파이자 강경파인 친노의 지지를 얻어내야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20여 명에 이르는 당권 주자들은 친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당권을 노리는 새정치연합 내의 복잡한 역학 구도가 선거 연패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고, ‘국회 마비’에 ‘정국 마비’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박 위원장이 있다. 그가 비대위원장 자리에 오른 뒤 “국민의 눈으로 진단하고, 공감 속에 당의 재건과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금 허언(虛言)이 됐다. 그가 당권을 노리는 눈으로 당을 보고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는 한, 새정치연합과 정국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에게 진정 당과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비대위원장직을 내놓고 원내대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이 15일 국회 본회의에 참여해 계류 중인 90여 건의 민생 및 경제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 움켜쥔 권력을 내려놓으면 역설적으로 박 위원장이 바라는 당권과 대권의 꿈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박영선#새정치민주연합#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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