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달라진 건 삼성 갤럭시폰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대형화면이다. 그동안 대화면(패블릿) 스마트폰을 주도해온 삼성을 따라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보기 편한 대화면으로의 전환은 애플로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잡스는 “포르노를 원하면 안드로이드폰을 사라”거나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경쟁자인 구글에 대한 악감정과 잡스 특유의 독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생전의 잡스는 자신의 직관에 의지해 소수의 엘리트로 기업을 운영했지만 후계자인 팀 쿡은 IBM과 파트너십을 선포했다. 버버리 이브생로랑 나이키 출신 임원을 영입했고 기업 인수도 활발하다. 폐쇄의 애플이 개방의 애플로 변신한 것이다.
▷신형 아이폰의 대표상품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다. 누군가 선점한 특허 때문에 ‘아이 페이’가 아닌 애플 페이라 이름 붙였다. 이걸 쓰면 신용카드를 분실할 걱정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서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과거 아이튠스가 음반 CD 시장을 몰락시킨 것처럼 애플 페이가 지갑을 불필요하게 만들면서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뒤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이폰6는 대형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해온 삼성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 같다. 이미 중국 업체들이 애플과 삼성의 장점만을 결합한 신무기를 내놓으며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삼성의 처지가 곤혹스럽다. 아이폰6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주목할 것은 잡스 이후에도 애플은 잡스의 핵심 유산까지 버리며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의 기술적 경쟁력은 애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의 낙후된 금융 및 모바일 결제와 관련된 희한한 규제, 그리고 삼성 스스로 온라인토론회에서 인정했듯이 ‘혁신이 힘든 삼성의 조직문화’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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