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직장과 지역 가입자 모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외에 매년 2000만 원이 넘는 금융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매기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도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건보료를 내도록 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듯,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건보료를 내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 가입자는 소득에,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 가입자는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노인이나 일용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수입이 거의 없는데도 집 한 칸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반대로 상당한 재산을 갖고도 친구나 친지의 사업장에 취직한 것처럼 서류상으로 꾸며 쥐꼬리만큼의 건보료만 내는 무임승차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잘못된 제도를 왜 여태 바로잡지 못했을까. 현재는 연금이나 금융소득이 연 4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는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이자소득이 3999만 원인 사람도 직장에 다니는 자식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 한 푼 안 내고 혜택을 누리는 식이다. 기획단의 시뮬레이션 결과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서도 직장 가입자에게 얹혀 있는 피부양자가 260만 명이나 되는데도 정치권은 이들 기득권층의 눈치를 보느라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건보 재정난을 해소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이런 건보료 더부살이는 없애야 마땅하다.
새로운 제도의 성공 여부는 지역 가입자의 소득 파악에 달려 있다. 현재 63%인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은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직장인 건보료 부담은 낮아지거나 현재 수준이 될 것이라는 기획단 주장과는 달리,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만 쥐어짜 지역 가입자들의 병원비를 보태주는 식의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일반 직장인과는 다르게 공무원의 건보료 산정 기준에는 제외돼 있는 월정직책급과 복지비도 기준에 포함시켜 ‘관존민비 건보료’도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