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공동비대위원장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내정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박 위원장은 앞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성향이라는 두 교수의 영입에 대해 “이것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혁신과 확장을 통해 중도진영을 공략하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의도가 좋다 해도 박 위원장은 두 비대위원장 후보와 당 내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영입한다고 새정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새정연이 지도력 붕괴와 내부 분열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국회로 돌아가 민생과 경제를 챙기라는 민심에 귀를 막고 세월호 특별법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탓이 크다. 추석연휴를 지나 10, 11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도 세월호법과 민생법안의 분리 처리 의견이 67.7%, 야당의 장외투쟁 반대가 76.8%로 추석 전보다 더 늘어난 상태다.
새정연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시절 2년 3개월 동안 당 대표가 9번이나 바뀔 만큼 중심을 잃고 뒤뚱거리다 정권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넘겨줬다. 리더십 실종의 근본 원인은 경제와 민심을 보살피기보다는 좌파 이념으로 날을 새우다 민심과 유리돼 선거마다 연전연패한 데 있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은 그제 “지금이 (지난 총선 대선 패배 때보다) 더 위기 상황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 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조차 우리는 벅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런 소리에 귀를 막고 “세월호 특별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민생 법안이며 유족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어떠한 법안 처리도 할 수 없다”는 친노·강경파에 끌려 다니다 민심도, 당심도 잃어버렸다. 박 위원장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카드로 당 안팎의 폭발 직전인 불만을 덮으려 한다면 원내대표직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구제 불능의 수구좌파 이념에 빠져 있던 노동당에 중도실용 정책을 도입하는 ‘제3의 길’을 제시해 집권의 꿈을 이뤘다. 박 위원장은 민심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역주행을 계속할 것인지, 자신의 거취를 걸고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