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당 자중지란(自中之亂)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멈춰 선 국회 공전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온 나라가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는 새정치연합만 바라볼 때는 지났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주말 국회 운영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17, 1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26일 본회의를 개최하는 정기국회 일정을 협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여야 합의를 못 할 경우 의장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제는 정 의장이 자신의 말대로 국회의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야 할 결단의 시간이 되었다.
정 의장은 5월 말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했으나 단 한 건의 법안도 제 손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1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실상 수수방관한 정 의장의 책임이 무겁다. 15일을 D데이로 정해 여야에 “이미 (본회의에) 부의 중인 91개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자”고 제의하고도 야당이 반발하자 그는 국회 파행이 우려된다며 맥없이 물러섰다.
여야 합의가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인 것은 맞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안의 우선 처리를 주장하며 정기국회의 의사일정 협의와 다른 모든 법안의 심의 및 통과까지 거부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처사다. 다수 국민의 여론도 새정치연합의 행태에 반대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데도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존중’ 타령이나 하면서 야당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91개 법안은 여야 간 별 이견 없이 관련 상임위와 법사위까지 통과해 이미 7월 본회의에 회부된 것들이다.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사실상 금지한 ‘직권상정’은 여야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상임위나 법사위에 묶인 법안들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로 끌어와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본회의에 회부된 법안을 처리하는 건 직권상정과 무관하다. 또 국회선진화법에 배치되지도 않는다. 의사일정 역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나설 권한이 있다. 정 의장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안 하고 있으니 ‘허수아비 국회의장’이란 소리까지 듣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대혁신에 필요한 다른 주요 법안들도 산적해 있다. 정 의장은 이제 국회의장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