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영화 제목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미술에서도 이름 붙이기는 중요하다. 제목은 작품을 감상할 때도, 예술가의 의도나 작품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제목이 작품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에드바르 뭉크의 자화상이 바로 그런 사례에 해당된다.
그림의 제목은 ‘밤의 방랑자’. 이 멋진 제목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에서 영감을 얻어 붙여진 것이다.
입센이 창조한 남자 주인공 보르크만은 뭉크와는 영혼의 쌍둥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우리에 갇힌 병든 늑대처럼 극도의 불안과 공포, 절망감에 떨면서 방황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이리스 뮐러 베스터만의 ‘뭉크 전기’에는 보르크만 부인이 남편을 병든 늑대에 비유하는 대사가 나온다.
‘가끔 위층 거실 우리 안에 병든 늑대가 걸어 다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말이야. (귀를 기울이며 속삭인다) 들어봐 엘라. 들어봐. 왔다갔다, 왔다갔다,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있어.’
그림 속의 장면은 희곡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한밤중에도 잠 못 이루고 방 안을 서성이는 고독한 늙은이는 영락없는 병든 늑대가 아닌가.
뭉크는 방황하는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 색채와 구도를 활용했다. 화가의 두 눈은 검붉은 물감덩어리로 짓이겨져 있고, 백열전구의 불길한 노란빛은 머리카락과 얼굴, 실내복을 물들이고, 어둠은 푸른색이고, 바닥선과 화면 오른쪽 피아노의 직선은 기울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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