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니를 앞지른 것은 이름보다 혁신과 콘텐츠의 힘
새정치연합도, 국민공감혁신委도 실체 없이 作名잘한다고 성공 못해
정치의 품질 혁신-서비스 개선해 건전 公黨으로 밥값 하라
전자에서 소니(SONY), 자동차에서 도요타(TOYOTA)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을 때 “두 브랜드는 이름도 깔끔하네”라며 한국인으로서 부러워했다. 삼성(SAMSUNG) 현대(HYUNDAI)는 소니 도요타에 비해 읽기 어렵고, 외국인들이 부정확하게 발음하는 경우도 많아서 더 그랬다. 다행히 삼성 현대가 글로벌 경쟁력을 오늘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덕에 내가 소니 도요타에 대해 느꼈던 이름 콤플렉스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제 외국인들이 휸다라고 불러도 현대이고, 샘숭이라고 말해도 삼성이라고 하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술과 품질과 생산성, 마케팅과 가격, 그리고 경영 전반에서 줄기차게 혁신에 도전해 제품 콘텐츠와 기업 신인도(信認度)를 끌어올린 결과이다.
불리는 이름이 본질과 실체를 다소 윤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작명 하나만으로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아닌 것을 긴 것으로 둔갑시킬 수는 없다.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사람의 이름도, 정치사회 조직들의 명칭도, 나아가 국명(國名)도 실체가 뒷받침되어야 이름값을 할 수 있다. 이순신의 순신이 특별히 매력적인 이름은 아니다. 그의 삶과 죽음이 순신이라는 이름을 거룩하게 만들었다. 김일성 세습왕조집단이 자칭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극도의 반민주 반인륜 행태 때문에 세계의 지탄과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민주당은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안철수 의원을 끌어들여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 당명이 너무 길어 어떤 사람들은 약칭으로 새민련이라고 불렀다. 그랬더니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일부러 민주당의 나쁜 이미지를 되살리려는 악의(惡意)가 느껴져 용납할 수 없다”며 약칭을 ‘새정치’로 부르라고 강압하다시피 했다. 절대모체가 민주당이었으니 새민련이라고 부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민주를 뒤로 숨기고 ‘새정치’라고 부를 것을 여당에도, 언론에도 요구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도였음에도 지방선거에서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7·30 재·보선에서는 4 대 11로 참패했다. 새정치로 확실하게 환골탈태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가능성만 보였더라도 그토록 패퇴할 수는 없는 선거였다. 어차피 낡은 부조리 정치를 할 것이라면 말만 번지르르한 새정치를 앞세우지 않은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부모가 선동(善童)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악한(惡漢) 같은 짓만 하면, 선동이라는 이름값은 예컨대 개똥이라는 이름보다 더 똥값이 된다.
안철수 의원은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2011년 9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띄우면서 혜성처럼 정치시장에 등장했다. 그가 안철수 현상이라는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정치가 좋은 정치 콘텐츠를 제공하기는커녕 국민을 끊임없이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철수발 새정치는 국민이 열망한 대안정치의 정명(正名)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새정치의 넓은 빈 공간을 채우기에는 준비된 인물도, 자기희생적인 인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새정치는 국회의원이 된 지 1년여 만에 ‘새정치를 하지 않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허명(虛名)만 남기고 소멸과정으로 들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30 재·보선 참패 후 당 정비와 재기(再起)를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그것이 박영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 체제이다. 이 위원회의 이름이 국민공감혁신위원회다. 여기서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국민공감혁신위는 민심의 지지를 회복할 반전의 기회를 잡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다수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했고, 민생에 희망을 주는 입법에 동참해야 했다. 그러나 건전한 공당(公黨)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내분으로 지새우고 있다. 그 지리멸렬한 자중지란 행태는 국민공감이 아니라 국민반감을 한없이 키우고 있다. 차라리 국민공감혁신위라는 솜사탕 같은 이름을 내걸지 않았더라면 덜 역겨웠으리라.
아무리 정치가 레토릭이고 슬로건이고 이미지라 할지라도 허명만으로는 성공 못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복원, 그리고 민생 재건을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건전 공당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자면 진정성을 갖고 정치의 품질 혁신에 꾸준히 도전해 정치 콘텐츠를 개혁하고 정당 신인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밥값은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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