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첩사건 수사, 민변에 밀리기만 하는 검찰이 딱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대검찰청 공안부는 그제 전국 대공(對共) 담당 검사 회의를 열고 최근 잇따라 무죄가 선고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보위부 직파(直派) 간첩사건’ 수사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간첩 혐의자 변호를 도맡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은 ‘선수’가 돼 날아다니는데, 검찰은 대공 수사 인력 양성에 너무도 소홀했다”는 자성이 쏟아졌다.

두 사건은 모두 피의자가 민변 변호사들을 만난 뒤 핵심 진술을 번복해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충분한 증거 수집과 적법 절차를 지키는 수사를 했다면 과연 무죄 선고가 나왔을지 의문이다. 민변의 변론기술은 빠르게 진화하는데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수사 방식과 수사 역량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은 직파 간첩 혐의를 받은 홍모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피의자 진술거부권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검찰 조서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는데도 피의자의 방어권 설명을 겉치레로 해온 잘못된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공안검사들이 지적했듯이, 간첩 사건의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제도는 보완이 시급하다. 간첩 사건의 증거는 중국 등 해외에서 수집되는 경우가 많다. 대공수사 기관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일반 형사 사건처럼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면 간첩 혐의 입증이 힘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반(反)테러 법률인 ‘애국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힘들다면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고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간첩이나 테러범 수사에서 휴대전화 감청(監聽)은 꼭 필요하다. 국내와 외국 간 통화는 국가안보상 감청 대상이지만 증거로 법정에 제출할 수 없다. 국내 휴대전화 간 감청은 장비가 없어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1월 발의된 관련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회는 휴대전화 감청이나 증인보호, 비공개 재판 등 간첩수사의 특수성을 감안한 특례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검찰과 국정원의 무능만 탓할 때가 아니다. 대공수사가 흔들리면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린다.
#공무원 간첩사건#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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