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일 양국의 ‘대표 간장 기업’인 샘표식품과 기코만(Kikkoman)의 16일 현재 시가총액 비교다. 샘표식품의 시가총액은 기코만의 2.5%에 그친다. 이런 격차가 벌어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세계 시장에서 양국 간장의 경쟁력 차이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사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간장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기자는 최근 ‘세계 음식의 수도’라 불리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방문했다. 시내 슈퍼마켓은 일본 간장은 물론 중국의 굴소스, 태국의 스리라차(태국산 고추를 갈아서 부드럽게 만든 페이스트에 식초, 마늘, 설탕을 더해 만든 소스) 등 ‘다국적 소스’들의 각축장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한국 간장은 찾을 수 없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간장은 일본 제품이 아니냐, 한국에서도 간장을 먹느냐”고 물었다.
한일 간장의 격차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간장의 현지화 전략이 부재(不在)했다고 지적한다. 식품산업에서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 소스 제조는 ‘기간산업’으로 불린다. 소스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 요리에 활용되기 시작하면 매출액이 크게 뛴다. 소스는 김치나 비빔밥 등 완성된 요리보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기코만은 일찍이 이를 간파하고 ‘미국인의 식탁에 간장을 올려놓자’를 모토로 1957년 미국에 진출했다. 그리고 ‘칠면조 요리에 간장을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는 등 현지 음식에 일본 간장을 쓰는 방식을 알렸다. 이후 현지 수요가 늘자 1973년에는 미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에 나섰다.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간장을 판매 중이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기코만의 매출액은 계속 증가세다. 2013년 회계연도 매출액(3002억 엔)은 2010년(2856억 엔)보다 5% 늘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 상태인 것과 대조적이다. 기코만의 꾸준한 성장세는 생산 제품 대부분이 해외에서 소비되는 덕분이다. 지난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의 기코만 간장 판매량은 전체의 10%뿐이고, 미국 등 북미 판매 물량이 80%나 됐다. 기코만 간장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팔리면서 ‘식품 기업=내수 기업’이라는 등식을 깼다. 한국의 2012년 간장 수출량은 1만1124t으로 일본(21만7337t)의 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도요타를 따라잡는 게 요원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주력산업은 전자와 자동차다. 식품산업이라고 해서 국내에만 갇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국내 식품 기업들을 중심으로 장류수출협의회를 꾸리고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을 K-푸드의 주력 상품으로 육성키로 했다. 샘표식품은 간장을 활용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요리법을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우리나라 식품 기업 중에서도 뛰어난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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